천식과 알레르기 비염, 차이점과 아토피 성향과의 영향
방치한 알레르기비염, 천식으로 진행한다.
많은 사람들이 천고마비의 계절을 누릴 때, 가을의 선선함이 반갑지만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시원한 공기를 가슴 가득 들여 마시기가 두려운 사람들, 바로 천식과 알레르기비염 환자들이다.
천식과 알레르기비염은 같은 기전, 다른 증상
기본적으로 천식과 알레르기비염은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반려 동물의 털이나 비듬 등에 의한 알레르기 염증 반응이라는 같은 병인기전에 의해 발생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기관을 침범하기 때문에 임상적인 증상은 상이하다. 알레르기 염증이 코에 생기면 콧물, 재채기, 코 막힘이 주 증상인 알레르기비염이 되고, 폐에 생기면 호흡곤란, 쌕쌕거림, 가슴 답답함이 주 증상인 천식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알레르기비염과 천식은 동반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알레르기비염 환자의 25%는 이미 천식을 가지고 있고, 천식 환자의 75%가 이미 알레르기비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개 알레르기비염이 천식보다 5-10년 정도 선행하는데, 이는 알레르기의 원인 물질인 알레르겐이 코를 통해 먼저 감작되면서 일차적으로 코에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알레르기비염은 잘 치료하지 않으면 천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축농증과 후각기능 감소, 중이염과 청각기능 감소, 수면장애, 만성피로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이로 인해 학교 생활이나 직장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 숨이 찬 증상은 천식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이지만, 호흡곤란 없이 기침만 지속되는 기침형 천식도 있다. 보통 기침이 8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 기침’이라고 하는데, 만성 기침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가 기침형 천식이다. 기침형 천식 또한 일반 천식과 마찬 가지로 흡입 스테로이드를 이용해 치료한다.
아토피 성향과 환경 요인의 복합 영향
일반적으로 알레르기비염이나 천식 환자의 집에는 으레 비슷한 증상을 가진 가족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간혹 알레르기 질환이 옮는 병이라고 오해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가족이 비슷한 알레르기 증상에 시달리는 이유는 흔히 ‘아토피’라고 부르는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유전적인 소인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부모 중 한쪽이 아토피 체질일 때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50% 정도이며, 양쪽 모두 아토피 체질인 경우 유전 가능성은 75-80%에 이른다. 또한 반려동물의 털, 집먼지진드기 같은 실내 흡입 알레르겐은 같은 공간에 거주하는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족이 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가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알레르기 환자에게는 실내 환경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알레르겐 특이 항체 확인되면 면역요법 가능
알레르기비염과 천식은 염증성 질환이므로 스테로이드가 치료의 근간이 된다. 그러나 경구용 전신 스테로이드가 아닌, 비강 분무 또는 흡입제 형태의 국소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 따라서 전신 스테로이드 장기 사용에 따른 이상 반응(쿠싱증후군, 당뇨병, 골다공증 등)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국소 스테로이드는 코피, 쉰 목소리, 구강 칸디다증 등의 국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용법과 주의사항을 잘 숙지하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 면역요법은 원인 알레르겐을 소량부터 천천히 증량 투여해 이에 대한 과민반응을 억제해서 증상을 경감시키는 치료법이다. 이러한 알레르겐 특이 면역요법은 알레르기비염이 천식으로 이행되는 것을 막고, 새로운 알레르겐에 감작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면역요법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반드시 알레르기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보통 원인 알레르겐이 비교적 확실하고, 알레르겐 특이 항체가 증명되었으며, 알레르겐 노출에 의한 증상 발현 및 악화가 확인된 환자가 일차적으로 면역 요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염증 심화시키는 원인 알레르겐 접촉 주의
천식과 알레르기비염은 ‘아토피’ 체질을 타고난 사람이 원인 알레르겐에 노출되었을 때 생기는 만성 질환이므로 원칙적으로 볼 때 ‘완치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비염은 원인 꽃가루가 날리지 않는 시기가 되면 증상이 많이 줄어들고, 심지어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경증의 천식 환자들 또한 증상이 전혀 없는 시기를 경험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증상이 없어도 여전히 코와 폐 점막에는 알레르기 염증이 존재하며, 원인 알레르겐이나 차고 건조한 공기(에어컨 바람, 겨울바람 등)에 노출되면 염증은 심화되고 증상이 재발한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감기에 걸려도 알레르기 증상이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꾸준한 항염증 치료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면 주치의와 상의한 후 조심스럽게 치료를 일시적으로 중단해 볼 수 있다. 간혹 천식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 폐활량을 늘릴 목적으로 그동안 미루어왔던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새벽이나 밤의 차고 건조한 공기를 마시면서 조깅이나 등산을 하는 것은 기관지의 수축을 유발시켜 천식 발작의 빈도만 높일 뿐이다. 합병증이 없는 천식은 2-3개월 정도 꾸준한 약물치료를 하면 폐활량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는데, 이때부터는 운동에 제한이 없다. 그러나 가급적이면 차고 건조한 공기가 기관지로 들어오는 실외 운동보다는 수영 등의 실내 운동을 추천한다.
Q&A로 풀어보는 알레르기에 대한 궁금증
Q. 오래가는 감기, 알레르기비염이 된다?
A.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상기도 염증질환이고, 알레르기비염은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이 원인 알레르겐에 노출되었을 때 생기는 호산구성 염증질환이다. 즉 두 질환은 전혀 다른 병이므로 감기가 오래 간다고 해서 알레르기비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임상적으로 처음 환자를 마주했을 때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감기는 1-2주 정도의 대증 치료로 대부분 호전되지만, 알레르기비염은 그렇지 않다. 3주 이상 지속되는 감기는 실제로 감기가 아닌 알레르기비염일 가능성이 있으니 알레르기내과에서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Q. 천식과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같은 병이다?
A.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장기간의 흡연으로 폐실질이 파괴되어 정상적인 폐의 기능이 줄어드는 진행성 질환이다. 따라서 금연을 하더라도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 폐기능의 호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와 달리 천식은 호산구성 알레르기 염증 때문에 기관지가 좁아진 상태로, 적절한 항염증 치료를 통해 정상 폐기능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천식 환자는 흡연을 해도 상관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흡연은 기관지 염증을 심화시키고, 천식의 주요 치료제인 흡입 스테로이드에 내성이 생기도록 만들기 때문에 천식 환자에서도 금연은 매우 중요하다.
TIP 집먼지진드기란?
- 천식, 알레르기비염, 결막염 및 아토피피부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킨다.
- 0.1- 0.3mm의 크기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 사람 또는 동물의 피부에서 떨어져나온 각질을 먹이로 삼는다.
- 이불, 요, 카펫, 천소파, 옷, 인형에 많다
TIP 천식 및 알레르기 질환 예방을 위한 실내 공기 관리 수칙
- 집 안에서는 반드시 금연을 한다.
- 실내 공기를 자주 환기시킨다.
- 꽃가루가 유행하는 시기에는 창문을 잘 닫아둔다.
- 연소형 난방기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 광택제나 방향제로 쓰이는 스프레이 제제를 사용 하지 않는다.
- 공기청정기는 HEPA 필터를 사용한다.